9월 10일 금요일
사무실에서 석회를 마치고 지점장님이 사주신 간식을
한참 맛있게 먹고 있는데 핸드폰이 울립니다.
"어머니 안녕하세요? 저 한나에요."
결혼한 지 석달된 며느리입니다.
이런저런 얘기 끝에 추석장 보러 언제 갈 거냐고 묻는 거에요.
나혼자 장을 보려면 차가 없기 때문에 3번은 봐야 하거든요.
18일(토)에 갈 건데 내가 미리 장을 봐 놓을테니
늦잠 실컷 자고 오후1시에 데리러 오라했더니
장을 자기랑 같이 보면 안되겠느냐고 묻더라구요.
어머니랑 같이 장 보고 싶다면서....
해서 어제 오후 1시에 하나로마트에서 만나
같이 장을 보는데 무우, 배추값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어요.
모든 물가가 너무 많이 올라 혼자 궁시렁대는 나를 보고
며느리가 옆에서 소리없이 웃으며 하는 말이
15만원짜리 농협 상품권이 있으니까
돈 신경 쓰지말고 맘 놓고 장을 보라고 하네요.
그러면서 명절에 장보러 엄마따라 온 아이처럼
이것저것 구경하며 마냥 신기해 하는 거에요.
<<오트밀2컵>>
<<호박씨, 해바라기씨, 아몬드슬라이스 2컵씩>>
<<볶은메밀, 건포도, 땅콩, 잣 2컵씩>>
<<씨리얼2컵>>
사내결혼을 한 아들내외는
다음주 일요일까지 휴무라고 하기에
20일에는 큰아버지(시아주버니) 차례 때문에
우리집에 오지 못하는
큰어머니(큰동서)댁에 들러 인사드리고
21일 오후 1시경에나 와서 전만 부치라고 했더니
며느리는 펄쩍 뛰면서 안된다는 거에요.
큰어머니댁에 들렀다 곧바로 오겠다지 뭐에요.
옆에서 어머니 음식하는 거 보면서
배워야 한다며 막무가내에요.
명절에 일하는 게 힘들어서
어떻게 하면 시댁에 안가고
가더라도 일을 최대한 적게 할 수 있을까?
궁리하는 며느리들도 있는데
생각해서 늦게 오라고 해도
이틀 먼저 오겠다고 떼를 쓰고 있으니...나원 참~~~
"그래그래 알았다.
그럼 니가 와서 삼시 세끼 밥 다 해먹고 다 해야 한다. 알았지?"
"네에~~~ 어머니, 걱정마세요."
겁도 없이 뭘 믿고 저리 큰소리를 치는지 모르겠어요.
곰보다는 여우가 낫다는 옛말이 있듯이
솔직히 속마음은 싫지 않네요.
그옛날의 나를 생각해보면 난 영락없는 곰이었으니
우리 시어머니께서는 얼마나 속이 터지셨을까?
해서 추석날 친정에 갈 때 착하고 예쁜 며느리 손에
뭘 들려 보낼까? 고민을 하다
차례상에 쓸 강정을 만들면서
한판 더 만들어서 보내면 되겠구나 라는 생각이 퍼뜩 들더라구요.
오트밀을 살짝 볶아줍니다.
그냥 하는 것보다 더 고소하거든요.
깊은 궁중팬에 올리고당2컵과 설텅 1컵을 넣고
중불에서 끓여줍니다.
이렇게 바글바글 설탕이 녹으면서 끓어오르면
각종 견과류를 다 넣고
시럽이 쫄아들 때까지
고르게 잘 섞이도록 저어줍니다.
쟁반이나 틀에 비닐을 깔고
그위에 쫄여진 견과류를 붓고
손에 물이나 기름을 살짝 발라가며 고르게 펴줍니다.
뜨거우니 조심조심 하셔야 해요.
전 선물로 받은 잣상자를 안버리고 두었다가
아주 요긴하게 잘 사용하고 있답니다.
위에 비닐을 덮고 밀대로 꼭꼭 눌러가며 골고루 밀어줍니다.
한김 식혔다가 온기가 약간 남아 있을 때
칼에 물을 살짝 발라가면서 썰어주면
붙지도 않고 부서지지도 않으면서
아주 깔끔하게 잘 썰어진딥니다.
그런데 두판을 다 썰고 나니까
왼쪽손바닥이 얼얼하네요.
강정을 담을 만한 상자가 마땅치 않아서
고민하던 차에
결혼식 때 이바지음식을 담아 왔던
요 그릇이 눈에 띄는 거에요.
제격이다 싶어 종이호일을 깔고
가지런히 담아서
위에 다시 종이호일로 덮고
랲으로 싸서....
그런데 너무 열중한 나머지 마무리 사진을 못 찍었네요.
예전에 친구한테서 얻었던 한지포장지로
요렇게 포장을 했지요.
어때요?
괜찮나요?
어줍잖은 선물보단
정성이 가득하니 좋지 않을까요?
요건 우리가 먹을거에요.
밀폐통에 가지런히 담아서
사이사이에 종이호일을 깔아주면
서로 달라붙지 않아서 좋아요.
너무 달지도 않고,
너무 딱딱하지도 않으면서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배가 되는
견과류모듬강정이에요.
재료만 있으면 만들기는 그닥 어렵지 않은데
칼로 써는 게 쉽진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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