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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웰빙

수맥박사 2016. 11. 9. 19:53

 

 

 

건강웰빙

<정재덕 셰프의 사계절 건강 밥상>건진국수, 콩가루 섞은 면과 시원한 육수 .. 고소하게 '호로록'

 

 

보들보들 고소한 면발의 건진국수는 주로 여름에 먹지만 긴 겨울이 지루할 즈음 여름을 그리며 아랫목에 앉아 시원한 육수와 함께 먹어도 좋다.    김호웅 기자 diverkim@
보들보들 고소한 면발의 건진국수는 주로 여름에 먹지만 긴 겨울이 지루할 즈음 여름을 그리며 아랫목에 앉아 시원한 육수와 함께 먹어도 좋다. 김호웅 기자 diverkim@

“아, 이 반가운 것은 무엇인가/이 희수무레하고 부드럽고 수수하고 슴슴한 것은 무엇인가/겨울밤 찡하니 닉은 동티미국을 좋아하고/얼얼한 댕추가루를 좋아하고/싱싱한 산꿩의 고기를 좋아하고/그리고 담배 내음새 탄수 내음새/ 또 수육을 삶는 육수국 내음새/자욱한 더북한 삿방 쩔쩔 끓는/아르굴을 좋아하는 이것은 무엇인가//이 조용한 마을과 이 마을의 으젓한 사람들과/살틀하니 친한 것은 무엇인가/이 그지없이 고담(枯淡)하고/소박한 것은 무엇인가.” - 백석의 ‘국수’ 중

백석의 시에도 나오듯 만들기 쉽고, 변변찮아도 맛있고, 재료에 한계가 없으며, 여럿이 먹으면 더 좋고, 자주 먹어도 물리지 않는 게 국수다. 요즘은 밥, 빵과 함께 주식으로 흔히 먹지만 오래전에는 밀가루가 귀해 서민들은 먹지 못하는 값비싼 음식이었다고 한다. 송나라 사신이 지은 고려도경에는 ‘고려는 밀이 적고 밀가루값이 매우 비싸서 성례(成禮) 때가 아니면 먹지 못한다. 10여 가지 식미(食味) 중 면식(麵食)을 으뜸으로 삼는다’는 구절이 나온다.

시대는 변했고 밀가루가 값싸지면서 우리나라 각 지역의 국수문화도 다양하게 발전했다. 국수는 보통 그 지역에서 많이 나고 구하기 쉬운 재료로 맛을 낸다. 서해안은 바지락을, 제주도는 돼지고기를 사용하는 식이다. 내륙 깊은 곳에 자리한 안동은 한반도에서 국수문화가 크게 발전한 곳이다. 서울 등 도심에서도 ‘안동국시’라는 메뉴를 심심찮게 찾을 수 있다. 안동 지방 국수의 특징은 면을 반죽할 때 안동 지역에서 두루 재배하는 콩으로 만든 생콩가루를 섞는 것이다. 형태는 크게 두 종류로 나뉘는데 국수를 삶아 찬물에 씻어 건진 뒤 차가운 장국을 부으면 ‘건진국수’, 끓는 육수에 국수를 넣어 삶아 걸쭉한 국물째로 먹으면 ‘제물국수(누름국수)’라고 부른다.

면을 삶아 한 번 건져내서 이름이 붙었다는 ‘건진국수’는 만들 때 손이 한 번 더 가고, 맛과 모양이 단정해 양반가에서 주로 먹었다고 전해진다. 육수는 낙동강 일대에서 자라는 은어로 냈다. 예전에 안동지방에 갔다가 제대로 만든 건진국수를 맛본 적이 있다. 그곳에서 뵌 할머니가 밀가루에 콩가루를 넣고 반죽하며 건진국수에 대해 이런저런 설명을 해주셨다. 건진국수는 본래 종가에서 귀한 손님이 오실 때 주로 상에 올렸고, 말린 은어로 육수를 뽑아 사용했다고 한다. 말린 은어 육수에선 생선의 깊은 맛과 함께 은어 특유의 수박 향도 맡을 수 있었다. 하지만 요즘은 자연산 은어가 귀해 토종닭을 주로 사용하신단다. 양식 은어는 비려서 사용할 수가 없다는 설명이다.

안동에서 뵌 할머니 설명처럼, 요즘 은어는 구하기 쉽지 않고, 보통 닭이나 쇠고기, 멸치 등을 이용해 육수를 낸다. 사철 차게 먹는 것이 원칙이지만 추운 겨울에는 따뜻한 국물을 부어 내기도 한다. 고명은 쇠고기, 호박, 지단 등을 얌전하게 올린다.

국물 이야기를 한참 했는데, 안동 및 경상도 지역 국수의 가장 큰 특징은 생콩가루를 넣은 반죽이다. 콩가루를 넣으면 면이 고소하면서 부드럽고 영양면에서도 단백질이 보충돼 유익하다. 슴슴한 국물에 정갈한 고명을 올린 보들보들 고소한 면발의 건진국수는 주로 여름에 먹지만 겨울에 먹어도 별미다. 긴 겨울이 지루할 즈음 여름을 그리며 아랫목에 앉아 먹는 시원한 건진국수 한 사발도 좋겠다. 시인 안도현의 시 ‘건진국수’에는 안동에서 어느 여름날 건진국수를 만들어 먹는 풍경이 생생히 담겨 있다. 시인의 표현처럼, 좁쌀을 섞어 지은 밥을 곁들이면 잘 어울린다.

“건진국수에는 건진국수, 라는 삼베 올 같은 안동 말이 있고 안동 말을 하는 시어머니가 여름날 안마루에서 밀가루 반죽을 치대며 고시랑거리는 소리가 있고 반죽을 누르는 홍두깨와 뻣센 손목이 있고 옆에서 콩가루를 싸락눈처럼 술술 뿌리는 시누이의 손가락이 있고 칼국수를 써는 도마질 소리가 있고 멸치국물을 우리는 칠십 년대 녹슨 석유곤로가 있고 애호박을 자작하게 볶는 양은 냄비가 있고 며느리가 우물가에서 펌프질하는 소리가 있고 뜨거운 국물을 식히는 동안 삽짝을 힐끔거리는 살뜰한 기다림이 있고 도통 소식 없는 서방이 있고 때가 되어 사발에 담기는 서늘한 눈발 같은 국수가 있고 찰방거리는 국수가 있고 건진국수 옆에 첩처럼 따라붙는 조밥이 있고 열무며 풋고추며 당파를 담은 채반이 있고 건진 국수에는 누대의 숨 막히는 여름을 건진 국수가 안동 사람들을 건졌다는 설이 있다.” - 안도현의 ‘건진국수’

한식당 다담 총괄·사찰음식 명인

어떻게 만드나

재료(2인분 기준)

반죽(밀가루 2컵, 생콩가루 1/4컵, 물 2/3컵, 식용유 1/2작은 술), 육수(멸치·무 30g씩, 다시마 10g, 표고버섯 1∼2개, 소금 1/2큰술, 물 5∼6컵, 조선간장 2큰술), 고기 양념(간장 1/2큰술, 설탕 1/4큰술, 다진 마늘 한 꼬집, 후춧가루 조금), 고명(실고추, 깨소금 조금, 애호박 1/3개, 계란 1개, 쇠고기 50g), 양념장(간장 2큰술, 다진 파·참기름 1/4큰술씩, 다진 마늘·깨소금 1/5큰술씩, 다진 청고추·홍고추·굵은 고춧가루 1/2큰술씩)

만드는 법

1 볼에 밀가루와 콩가루를 함께 넣고 물을 부어 가면서 반죽을 치댄다. 반죽을 방망이로 밀어 0.3㎝ 폭으로 가늘게 썰어서 끓는 물에 1분 10초 정도 삶아 건져 찬물에 헹군다.

2 냄비에 물 1ℓ를 넣고 내장을 뺀 멸치, 다시마를 넣어 끓인 뒤 국물이 우러나면 조선간장과 소금으로 색과 간을 맞춰 차게 식힌다.

3 애호박은 곱게 채 썰어 소금에 절인 후 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볶는다.

4 계란은 노른자를 분리한 후 황백지단을 부쳐 채 썬다.

5 쇠고기는 채 썰어 고기 양념으로 버무린 뒤 팬에 볶는다.

6 양념장 재료는 모두 섞어 둔다.

7 그릇에 국수를 담고 2의 국물을 담은 다음 고명을 얹고 맛국물을 부은 다음 고명을 얹고 양념장을 곁들인다.

조리Tip

1 생콩가루 반죽 초보자의 경우 뚝뚝 끊겨 면 뽑기가 쉽지 않으므로 오래 치대 반죽하고, 국수를 너무 얇게 썰지 않도록 한다.

2 김치와 김가루를 넣어서 먹어도 맛이 좋다.

ㅡ 보금 풍수 수맥 연구소 ㅡ